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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견해를 밝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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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29 08:00:13   폰트크기 변경      

대한민국 건국 이래 조용한 시절이 없었다지만 최근 몇 달만큼 소용돌이가 강했던 적은 많지 않은 듯하다. 주장들이 갈리면서 비슷한 정치 견해를 가졌던 사람들끼리도 말다툼을 하고, 심지어 주먹다짐까지 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 친구는 어떤 자리에서 지지후보를 밝혔다가 벌레 취급 당했다며 몹시 기분 나빠했다. “어떻게 그 사람을 찍을 수 있냐며 경멸조로 얘기하는데 당황해서 얼버무린 게 화가 나서 자기 선택만 소중한가? 그런 편협한 사고로 어떻게 세상 사냐고 전화로 한바탕 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나도 몇 사람과 입씨름을 했고 개중에 서로 감정이 상해 관계가 소원해진 경우도 있다. 괜히 정치 사회적 견해를 나누다가 우정에 금이 가버린 것이다. 주변 친구들과 그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니 다들 그런 경험이 있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건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얘기해봐야 평행선을 달리다가 감정만 상하게 되니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견 대립이 문제가 아니라 경청하고 토론하는 일에 익숙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상대가 하는 얘기를 잘 듣고 서로 차근차근 의견을 개진하면 되는데 다들 자기 주장만 펼치려다 보니 얼굴 붉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TV 채널을 돌리는데 굴곡진 삶을 이겨내고 여성들의 멘토로 떠오른 미국 여성 조이스 마이어가 “누군가가 당신의 의견을 묻기 전에 견해를 밝히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말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의 저자답게 TV 밖의 나에게 딱 필요한 말을 따끔하게 던졌다. 내 주장을 펼치고 싶어, 상대를 설득한답시고, 잡동사니를 잔뜩 펼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조이스 마이어는 “괜히 주장하지 말고 조용히 실력을 쌓아 보여주라”는 말로 나를 그로기로 만들었다.

요즘 휴대폰 바탕화면에 ‘의견을 묻기 전에 견해를 밝히지 말라’는 문구를 깔아놓고 자주 들여다본다.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며 각자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각자가 지면 된다. 내 생각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 의견도 소중하다는 걸 인정하며, 다가오는 더운 여름 쿨하게 살련다. 이근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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