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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필로그] 김상균 이사장의 약속, 공수표되지 않으려면
기사입력 2020-07-02 06:30:09.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무겁고, 진지하고, 딱딱하고. 정부 또는 공공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분위기다.

보통 이런 자리는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는 틀에 박힌 인사로 시작한다. 본론에 들어가서는 기업은 을의 입장에서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정부·공공기관은 갑의 위치에서 기업의 요청을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으레 내놓는다. 기업은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공공기관은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하겠다며 어색한 마무리 발언으로 자리가 끝이 나기 일쑤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최근 건설업계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 얘기다.

이번 간담회에서 건설업계는 △시공사가 부담하는 민원범위 명확화 △종합심사낙찰제 가격평가기준 개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철도사업 조기 추진 △부실시공 예방 중심의 벌점제도 운영방안 △하도급 강제하는 심사항목 폐지 등을 철도공단에 건의했다.

특히, 건설업계는 현행 철도공단의 공사계약특수조건에는 민원해결의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며 건설사가 해결해야 하는 민원의 범위를 계약상대자의 책임에 따른 민원으로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종심제 입찰에서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입찰금액이 낮은 업체에 시공권을 주도록 하면서 종심제가 최저가낙찰제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동점자 처리기준을 입찰금액이 낮은 자에서 균형가격에 근접한 자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목할 것은 건설업계가 애로사항을 먼저 건의하고, 철도공단이 답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의 요구에 대해 김상균 철도공단 이사장이 시원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말한 대로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공정계약 정착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그러나 김 이사장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이사장의 임기가 227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철도공단 권한 밖의 일도 적지 않다. 김 이사장의 약속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일단 할 수 있는 제도개선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관계기관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 개발이 우선이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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