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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는 3D, 제출은 2D… '헛똑똑이' 스마트 행정
기사입력 2019-12-05 05:00:30.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정부, BIM 적용 권장하지만 건축가 업무는 더 늘어

3D 기반 BIM 설계 후 제출용 2D 도면 별도 작성해야

인허가 과정서 BIM 설계 읽을 수 있도록 개선 시급

 

   

 

“정부는 스마트 건축을 지향하라지만 정작 인허가 과정에서는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제작한 도면을 제출하길 원해요.”

올해로 15년차 건축가 A씨는 BIM(건축정보모델링) 설계에 대한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지난 2004년 인ㆍ허가 등 건축 행정 업무를 전자화하기 위해 만든 국가표준 정보시스템인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이 BIM 등 스마트 설계에 역행하고 있다.

4일 건축설계업계에 따르면 설계 프로그램의 성능과 이를 이용하는 설계사들의 능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행정 시스템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는 같은 업무를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움터에 제출하기 위해 단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설계에 BIM 적용을 권장하며 스마트건설을 유도하지만 건축가들의 업무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3D 기반의 BIM 설계 후, 세움터에 제출하기 위한 2D 도면을 별도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무량이 두 배로 늘어난 탓에 BIM을 포기하고 2D 설계로 복귀하는 이들도 생겼다.

일례로 설계 프로그램의 ‘레이아웃(배치)’ 등의 기능을 배제하고 기존 캐드 방식의 ‘낱장 도면’을 제출하게 하는 방식을 들었다. 지자체 건축 인허가 담당 부서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도면을 선호하는 데다 세움터는 BIM 파일을 캐드 형식으로 변환했을 때 배치되는 레이아웃 탭을 인식하지 못한다.

중견 설계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B씨는 “본설계를 마무리해도 세움터 제출을 위한 업무는 끝이 없다”며 “도면을 찍어내는 데 하루 종일 매달리다 보면 직업에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업계 관계자는 “BIM 설계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기능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이용자의 자발적인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다”며 “설계 과정이 아무리 편리해봤자 세움터에 올리기 위한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설계업계는 ‘제출용 도면’ 제작을 강요하는 대신 인허가 과정에서 BIM 설계 그대로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3D 도면에서 2D로 정리하는 과정이 번거로운 데다 치수나 스케일이 일치하지 않는 오류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축행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거나 BIM 파일을 직접 제출할 수 있는 점 등의 제도적 장치는 BIM 선진국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담당 공무원이 파일을 열지 못하거나 컴퓨터 성능 등의 문제로 도면을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계업계는 시스템 개발부터 유지까지 한 업체가 수행하다 보니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춘 획기적인 변화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세움터 고도화 기본계획 용역’등을 수행한 업체는 지금까지 세움터 유지관리를 맡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건의를 여러 차례 했지만 예산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개발부터 유지관리까지 수십억원을 들였는데 아직도 예전 제출 방식을 고수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움터를 관장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당장 시스템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국 254개 지자체에서 각각의 세움터 서버를 운영하기 때문에 통합적인 개선이 어려운 데다 각 지자체가 사용 중인 노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데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로 인해 국토부는 기존 서버를 개선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대신 새로운 서버 구축을 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2년까지 분산된 세움터 서버를 통합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민원인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하은기자 hae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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