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홈 뉴스
<제3회 건설문학상> 초등부 소설부문 우수 - ‘신비한 77쪽의 세상’(2)
기사입력 2019-11-12 07:00:53. 폰트 폰트확대폰트축소
민지유 작

<1편에서 계속>

 

예서는 현실을 도피하며 느릿느릿 눈을 떴다. 그 다음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번쩍 떴다. 여긴 어디야?! 공사 현장이었다. 예서는 그 옆에 서 있었다. 예서는 습관적으로 옷을 내려다보았다. 옷은 꽉 끼고 불편했다. 자신이 공사장에서 일하는 어른이라도 된 것일까? 예서는 아 하고 소리를 내 보았다.

“아... 음, 이상하다? 내 목소린데?”

어쨌든 예서는 헬멧을 쓰고 있었고 꽉 끼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옆쪽에는 예서와 비슷한 옷을 입은 다른 아이들이 뭔가를 쓰고 있었다. 예서는 옷 확인 뒤 습관으로 하다를 불렀다.

“강하다! 강하다, 어딨어!”

그러자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알아서 해!”

예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강하다, 이 나쁜 놈! 걔를 믿은 내가 바보지. 아우, 나 바보 몇 번 되냐... 짜증나게!’

예서는 옆을 확인했다. 일단 자신도 옆에 있는 아이들과 같은 노란색 필기도구를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걸로 뭐하는 거지? 예서는 얼떨결에 옆 아이한테 가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야, 야! 지금 뭐해야 했지?”

그러자 어떤 똘똘해 보이는 여자애가 대답했다. “그새 까먹었니? 아님 선생님 말씀을 안 들은 거니! 지금 ‘내진설계’에 대해 공부하러 현장체험학습을 온 거잖아.”

여자애는 차갑게 대답만 하고 휙 가버렸다. 다른 아이들도 예서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가버렸다. 그래서 예서는 멀뚱하니 서 있었고, 그리고 필기도구는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자신을 사용해 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으악, 내 팔자야!’

예서는 혼자 내진설계에 대해 공부하러 나섰다.

“아저씨, 내진설계가 뭐에요?”

“내진설계는 말이다. 지진을 대피하는 건축 기술이란다.”

또 같은 대답. 예서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저씨, 그건 저도 알아요!”

예서는 같은 말만 해 주시는 아저씨들이 답답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다 답답했다. 내진설계가 지진을 대피하는 건축 기술이라는 건 예서도 잘 알았다. 책에도 나왔고,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고, 다른 아저씨들이 말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냥 귀찮다고 대답을 해 주시는 않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이 아저씨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공부하러 나왔다는 것도 까먹었나?!’

다른 아이들도, 예서도 땡볕아래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예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했지만 이런 상황인 만큼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해도 암울한 생각이 더 들었다. 예를 들자면...

‘이제 77쪽에 왔구나! 아니아니, 이제야 77쪽이구나...’

이런 생각 말이다. 예서는 잠깐 쉬었다가 다른 아저씨를 찾아 갔다. 이미 다른 아저씨들은 다 물어 봤다. 결국 공사현장 뒤쪽까지 가봤는데 어떤 아저씨를 봤다. 되게 신기했다. 뭔가 조금 신비로운 기운이 있었다. 예서만 느꼈던 것이 아니었나 보다. 아이들이 아저씨 옆에 몰려 있었다. 한 다섯 명 정도. 예서는 빨리 그 아저씨 옆에 섰다. 예서를 발견한 그 아저씨가 얘기했다.

“오! 또 어린 친구 한명이 왔네. 그럼 다시 한 번 설명해줄게. 내진설계는 건물이 일상적인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야. 지진이 많은 피해를 일으키잖아? 예를 들면 쓰나미, 단층 같은 것 말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건물 붕괴가 많이 문제가 되고 있어. 그걸 방지하는 게 내진 설계야.”

아저씨는 잠깐 숨을 쉬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내진설계 기법은 내진구조, 면진구조, 제진구조가 있어. 내진구조는 건물의 가로를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이야. 하지만 무거워서 고층 건물에는 사용을 하지 못해. 그리고 면진구조는 건축물을 유연하게 해서 건축물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기술이지. 그리고 제진 구조는 특수 장치인 댐퍼를 건물에 넣어 충격을 줄이는 방식이야. 이제 좀 알겠니?”

아저씨는 숨을 헥헥 거리며 쉬었다. 호흡기관에 문제가 있으신 것 같다... “내진설계는 1988년에 건축법 시행령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됐어.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 지금 너희들이 보고 있는 것은 위 아래층 창문을 띄엄띄엄 놓아서 충격을 줄이는 방식의 내진설계야. 이제 내가 아는 내진설계에 대한 건 끝났어. 어때? 도움이 됐니?”

아이들이 합창하듯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일제히 헤어졌다. 예서는 연필을 꺼냈다. 노트도 있었다. 예서는 노트를 넘기던 중 노란 페이지를 발견했다. 아마 여기에 쓰는 것 같았다.

내진설계는 지진이 건물을 붕괴하는 걸 예방한 건축이고 내진구조, 면진구조, 제진구조가 있다. 내진구조는 건물의 가로를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이고 무거워서 고층 건물에 사용을 하지 못한다. 면진구조는 건축물을 유연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제진구조는 건물에 댐퍼를 넣어 충격을 줄이는 방식이다.

약간 자리가 남았다. 예서는 아무렇게나 썼다.

내가 아는 건 끝이야 강하다

‘내가 아는 건 끝이야 강하다’가 지워졌다. 뭔가 강하다가 지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예서는 머리를 쥐어짜냈다. 또 뭘 써야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 맞다~ 이제야 생각이 나네!

내진설계를 예로 들자면 건물의 창문 사이사이를 살짝 띄어 놓아서 충격을 줄이는 방식이 있다.

이걸 다 쓰고 나니 뒤에서 누군가 예서의 어깨를 잡았다. 그 다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없어도 쉽게 완료. 하지만 내가 또 이상한 글귀를 지우게 하지는 말아주면 좋겠어.”

그 다음은 언제나 그렇듯 빛이 예서의 몸을 휘감았다.

예서가 눈을 뜨자 엄청나게 깨끗한 공기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아, 이거 실화야? 책 속도 아니고 그림 속?”

하다가 대답했다.

“그림 속 아니야.”

하지만 그림속이 아니라기엔 너무... 그림 같았다! 예서는 이곳이 그림속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제쳐놓고 잠시 넋 놓고 풍경을 감상했다. 모든 곳에 모자이크 형식으로 무언가 촘촘히 박혀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4학년 여자아이인 예서의 마음을 앗아가기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필 딱 전경이 잘 보이는 곳에서 깨어나는 바람에 예서는 더욱 더 그 곳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었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그 곳.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이 느낌은 뭐지?

“너무... 예쁘다!”

“그러게.”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어딘가 익숙한걸.”

“여기가 어딘지는 말하면 안 되지.”

하다가 대답을 하지 않는걸 보니 여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이번 미션인 것 같았다. 예서는 다른 미션을 수행할 때 보다 더 기분 좋게 미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디보자... 사람들이...”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한테 물어보느냐 였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만한 한 노란머리의 서양 소녀가 있었다. 또래이기도 하고, 예서가 영어를 꽤 하기도 해서 그 소녀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Where is here?(여기는 어디죠?)”

“Here? This is Guell Park. Gaudi made it. Isn‘t it beautiful?(여기요? 여기는 구엘 공원이에요. 가우디가 만들었지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소녀는 감성에 심취한 듯 작게 말했다.

“Oh, yes. ha, ha. Thank you for letting me know!(아, 네. 하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서는 그렇게 말한 다음 강하다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알아냈다고 전해주러 말이다. 하지만 이미 하다는 사라져 있었다.

“아후... 이 자식! 또 사라져? 나쁜 자식!”

그 순간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 말하는 거야?”

“으허허헉!”

언제나 그렇듯 예서의 비명소리는 여성적이지 못했다.

‘꺄악! 도 아니고 으허허헉! 이라니...’

어쨌든, 하다는 옆에 서 있었다. 하다가 예서에게 속삭였다.

“자, 이번에는 이 몸이 직접 설명을 해 줄 거야. 감사히 들으라고~”

하다는 예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줬다. 예서는 순간적으로 하다의 얼굴에 자신의 주먹을 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다는 예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백번 강의 듣는 것보다 나한테 한번 듣고 끝내자고. 원래는 너한테 알아서 해오라고 ‘시키려고’ 했지만 외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시키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예서는 하다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1대1 강의를 해 빨리 끝내주려는 것도 대충 알겠고, 강하다가 지금 착하게 군다는 사실도 대충 알 것 같았다. 근데 왜 나는 얘 얼굴에 주먹을 박고 있을까? 잠만, 주먹?

“헉, 야! 어어어... 미, 미안하다...”

“...”

“...”

그 뒤 1대1 강의를 하는 동안 하다는 전혀 허풍을 떨지 않았다... 하여튼 강의를 하던 때로 넘어가 보자.

“여기 구엘 공원은 스페인에 위치한 공원으로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아우러져서 더 아름다운 곳이야. 원래 이곳은 구엘이라는 사람이 가우디라는 사람에게 대규모 주택단지를 지어 달라고 의뢰하여 지어진 곳인데, 지리가 험해서 작업을 하는데 많이 힘들었다고 해.”

예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우디에 대해서 설명 부탁해. 정확하지만 짧게.”

“알았어. 안토니 가우디에 대해서 짧게 설명할게. 그는 구리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났어. 평생 결혼하지 않고 가족과 같이 살았지. 일찍부터 건축에 흥미를 느껴 건축 공부를 시작했어.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빅토리아 양식을 썼지만 점점 더 기하학적인 모양의 덩어리들을 희한하게 병렬시키는 구성 방식을 만들어냈어. 가우디의 건축 작품 중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총 7개야. 유명한 건축물로는 성 베드로 대성당, 구엘 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바트요 등등이 있지.”

하다는 짧게 말한답시고 말한 거지만 예서한테는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해는 꽤 잘 됐다. 예서는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이해는 다 했다. 이정도면 끝이지? 시간순대로 많은 건축에 대해서 배웠고.”

예서는 이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다는 아니었나 보다.

“아니야.”

“뭐라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예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 눈 아픈 빛이 자신을 감쌀 거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는데, 하다는 그러지 않고 예서의 앞에서 자연스레 걸어갔다.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예서는 하다에게 물었다.

“야, 강하다. 어디가?”

그러자 하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디가긴. 우리가 가야하는 곳 가지.”

하다가 걸어간 곳 끝에는 아주 평범한 문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하다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예서의 눈을 가렸다.

“악. 야, 뭐하냐?”

“보고 놀라지나 마라.”

하다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예서는 하다의 도움을 받으며 한 걸음 한걸음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하다가 예서의 눈에서 손을 때자...

“헤에...!”

예서는 처음 보는 아주 독특한, 아주 매력적인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엘 공원도 이보다 아름답지 않았다. 예서는 이미 매우 놀랐지만, 하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때? 자기 자신의 인생작을 미리 본 소감이?”

“뭐? 이게 내가 만든 거라고?”

예서는 놀란 토끼 눈으로 하다를 바라봤다. 이게 내 인생작이라고? 잠깐, 근데 내가 왜 이런 건축물을 만들어...? 예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하다가 조곤조곤 말했다.

“내가 저번에 말했던 여기 들어왔던 사람들처럼 너도 앞으로 네 이름에 따라다닐 별명을 가지게 될 거야. ‘천재 건축가’ 라고 말이야.”

그렇게 예서와 하다가 바라보고 있는 건축물은 미래에 예서의 인생을 바꿔 줄 건축물이자 예서와 하다의 추억을 언제나 실감할 수 있는 위대한 건축물이 될 것이다. -끝-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관련기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건설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 보시고 실시간 입찰정보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건설경제i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구글
팝업뉴스 닫기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