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스페셜] 五感 빼곡한 책 세상…건축과 도서관의 참신한 콜라보

기사입력 2020-01-08 05:00:14

도심 속 아날로그…현대카드 라이브러리 ‘4色 테마’
 

급속한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사람들은 아날로그 감성에 열광한다. 도심의 수많은 건축물들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를 꼽을 수 있다. 현대카드는 도서관을 재해석, 디자인·뮤직·트래블·쿠킹 4가지 콘셉트의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이 곳에서 소비자들이 단순히 책을 읽고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을 듣고, 음식을 만들고 또 맛보는 아날로그적 경험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도록 하고 있다.

 

◇옛 가회동 서미갤러리 새단장…디자인 라이브러리

고즈넉한 북촌 한옥마을에 도착하니 한 눈에도 전 통적인 한옥과 현대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눈에 들어왔다.

연면적 526.76㎡, 지상 1~3층 규모의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2000년 지어진 서미갤러리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곳이다.

서미갤러리는 소수 자산가를 상대로 수십~수백억원대의 고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프라이빗세일 공간으로 활용됐다가 경매로 넘어간 뒤 폐관했다. 이후 현대카드가 건물을 임대해 2013년 2월부터 디자인 라이브러리로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11월 새단장했다.

이 곳의 설계와 다지인, 시공은 현대카드 부산 및 영등포 사옥, 그리고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 등을 맡은 원오원 아키텍스의 최욱 소장이 맡았다.

최 소장은 한옥을 대상으로 현대적인 건축 실험을 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디자인 라이브러리 역시 전통 서재에서 영감을 얻어 주변 풍경과 건물, 책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들어서니 150평 가량의 크지 않은 도서관은 더없이 아늑한 분위기를 다자아냈다. ‘ㅁ’자 형태의 건물은 모든 벽면이 유리로 돼 있어 사방에서 빛이 쏟아졌다.

1층 왼쪽으로 돌아서니 희귀본 콜렉션이 있다. 이 곳에는 소량 인쇄됐거나 절판된 책 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 대중문화 잡지 '라이프(LIFE)'의 1936년 창간호부터 웹진으로 변경되기까지 전 컬렉션 2167권과 1928년 창간해 현재까지 발간되고 있는 이탈리아 건축 전문잡지 ‘도무스(DOMUS)’의 전 컬렉션이 여기 모여있다.

2층에는 기존 공간을 가로지는 식으로 집의 형상을 한 ‘집 속의 집’이 있다. 곳곳에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만으로 완성한 한국의 전통 서가를 마주칠 수 있었다. 현대카드는 이러한 전통 서가를 스테인레스 판으로 마감해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한 켠에는 기존 서미갤러리 당시 지은 건축물을 그대로 남겨뒀다. 서까래에는 건축물을 지은 날짜가 적혀있다.

콘크리트 계단에 철을 덧대 한발 한발 내딛을 때 소리가 나도록 한 계단을 따라 한층 올라간 3층에서는 커다란 창을 통해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기오헌’이 있다. 기오헌은 조선시대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독서와 사색을 하기 위해 자주 들린 창덕궁의 기오헌의 모습을 그대로 따왔다고 한다.

◇책 속으로 떠나는 세계여행…트래블 라이브러리

2014년 5월 개관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도서관이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건축 및 인테리어는 일본의 건축사무소 원더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사미치 카타야마가 맡았다. 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건축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하라주쿠의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와 미국 LA 베이프 스토어, 뉴욕 유니클로, 프랑스 파리 콜레트 등이 그의 작품이다.

건물 밖에서 보면 2층 구조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3개 층으로 나뉜다. 1층에서부터 중앙의 크고 구불구불 이어진 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5층과 2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트래블 라이브러리 1층은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을 떠올리게 한다. 트래블 숍과 북 카페, 야외 테라스로 구성된 1층은 책과 함께 하는 여행, 책이라는 여행지로 떠나는 통로와 같다.

계단을 타고 올라간 2층 서가에는 거대한 푸른 지구 ‘구글 어스'를 통해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추천 경로와 자신만의 여정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서적 분류도 마치 위도와 경도처럼 ‘테마’와 ‘지역’의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만들었다. 13개의 주요 테마와 전 세계 196개국을 망라한 지역별 분류의 조합을 통해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자신만의 새로운 여행 루트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지구의 일기장’이라 불리는 126년 역사의 다큐멘터리 전문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여행지리저널 ‘이마고 문디’ 전권과 전 세계 컨템포러리 뮤지엄의 최신 동향을 섭렵한 ‘뮤지엄북’, 대문호의 언어를 통해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공감을 전하는 ‘세계문학’은 물론 실존 언어의 99%를 커버하는 111개 언어 사전과 주요 도시 90여곳의 시티 맵 등을 갖추고 있다.

◇대형 파사드 구조에 여백의 美…뮤직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는 2015년 5월 개관한 현대카드의 세 번째 라이브러리다. 연면적 2962.95㎡, 지하 2~지상 2층 규모의 뮤지 라이브러리는 1950년대 이후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1만여장의 아날로그 바이닐과 3000여권의 음악 관련 전문 도서가 있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건물의 앞뒤가 뚫려 있는 대형 파사드 구조로 여백의 미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사동 쌈지길로 잘 알려진 기아건축사무소의 최문규 연세대 교수가 이 곳을 설계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미국의 겐슬러사가 담당했다.

한남동 금싸라기 땅 위에 비우는 건축을 택한 건물 모양도 눈길을 끈다. 약 5년 간 공사를 거쳤다. 처음 건축을 맡은 2010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세지마 카즈요는 경사진 지형과 건물의 공존을 위해 원래의 경사를 그대로 남겨놓았다.

뮤직 라이브러리 건물 외벽에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JR의 작품이 눈길으 끈다. JR은 사진 등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래피티 아트웍을 조성하는 작화적 특성을 가진 작가다. 그는 롤링스톤즈의 1969년 미국 알타몬트 페스티벌 공연의 한 장면을 찍은 빌 오웬스의 사진을 재해석해 그래피티로 형상화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음악으로 하나가 돼 자유롭게 즐기던 당시의 분위기를 가져와 이 건물에 영원히 남겨놓는 것이 작가인 JR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건물 내부에도 지하 2~1층 두 개층을 관통하는 거대한 그래피티 벽화가 있다. 이는포르투갈 출신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빌스(Vhils)의 것으로, 벽에 페인트를 뿌리고 그것을 깎고 다듬거나 구멍을 뚫는 등의 방식으로 완성했다. 독특한 그래피티 기법과 여러 요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표현방식이 특징이다.

벽화에는 소통과 연결을 주재로 빌스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받은 것들을 인물과 패턴, 타이포그래피로 표현됐다.

또한 빌스는 2층의 바이닐을 들을 수 있는 곳에서는 이전의 벽화와는 완전히 다른 작법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라이브러리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피커로 이루어진 벽면과 결합된 이 작품은 종이를 붙여 찢는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했다.

◇요리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쿠킹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는 역시 최욱 원오원 아키텍처 소장이 설계를 담당했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최 소장은 천단 소재보다는 원목, 금속, 콘크리트, 폴리카보네이트 등 세월의 변화를 적극 받아드리는 재료를 사용해 쿠킹 라이브러리를 설계했다.

2017년 4월 개관한 쿠킹 라이브러리는 일차적으로 요리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소개하는 곳이지만, 직접 요리 과정까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쿠킹 라이브러리 역시 일반적인 건물과 달리 각층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층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수직적으로 교차하면서 열려 있다.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델리와 베이커리, 요리용품숍이 있는 1층과 2~3층의 라이브러리, 쿠킹 클래스가 진행되는 3~4층에 위치한 주방과 테라스까지 모든 공간이 끊기지 않고 수직으로 교차하면서 이어진다.

반전의 공간도 있다. 2층 서가 사이에 ‘인그리디언츠 하우스’가 다지인 라이브러리에서 봤던 집 속의 집 형태로 설치돼 있다.

인그리디언츠 하우스에는 150여종의 향신료와 허브를 비롯해 20종의 소금과 20종의 오일 등 총 190가지가 넘는 음식 성분들이 갖춰져 있다.

쿠킹 라이브러리 3층과 4층에는 ‘쿠킹 클래스’가 진행되는 두 곳의 주방이 있다.

현대카느는 쿠킹 클래스를 방문한 사람들이 1층에서 오감으로 요리를 즐기고, 2~3층에서 책을 통해 요리를 이성적으로 학습하고 이해한 뒤 직접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민수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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