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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디지털세의 양날, 세수 기대와 무역갈등

   

 최근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많은 국가가 재원 확보를 위해 ‘디지털세(Digital Tax)’를 도입하고 있다. 이를 일명 ‘구글세’라고도 한다. 그동안은 특정 국가 내 고정사업장이 없이 매출이 일어나는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디지털세는 사업장 유무와 상관없이 세금이 부과된다.

OECD는 통합적인 디지털세 합의안을 올해 말까지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 가지 내용이 핵심이다. 우선 ‘통합접근법’이라 하여 시장 소재지국에 고정사업장 같은 물리적 실재가 없더라도 과세권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글로벌 최저한세율’ 이라 하여 글로벌 IT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세원누락을 하지 못하도록 방지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합의안 협의에 13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각 국가의 주장이 달라 올 연말까지 합의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에 코로나19로 재정지출 부담이 큰 국가들이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개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OECD는 세계적으로 1000억 유로의 디지털세 세수 증대를 추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세수가 지금보다 4%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일종의 소비세 성격이면서 관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세는 원래 다국적 IT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의미가 확대되어 일정 매출액을 초과하는 다국적기업의 소비자 대상 사업도 과세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핸드폰, 의류, 화장품, 럭셔리 제품, 프랜차이즈 모델, 자동차 등이 들어간다. 디지털세가 주로 미국 기업이 대상이기에, 미국은 자국 기업의 부담을 줄이려고 과세대상 범위 확대를 요구하면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합의안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자신의 세금을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익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과세를 부과한다는 점, 초과 및 고정이익 산출 방식과 글로벌 최저한세율 기준 설정에 의견 합의가 안 되는 쟁점도 남아 있다. 합의에 실패하면, 각국은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추진하게 된다. 세수를 확보하려는 국가와 이에 반대하는 국가 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디지털세는 새로운 통상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세를 이미 개별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EU가 구상하는 디지털 세율은 온라인 타깃광고, 디지털 중개활동, 데이터 판매 등의 매출액 3%다. 프랑스는 작년부터 매출의 3% 디지털세를 시행하려 했지만 미국의 보복관세 우려로 올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영국은 올 4월부터 검색엔진, 소셜 미디어,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에게 매출의 2%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올 1월 초 발표에서 영국이 자국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영국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관세를 임의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브라질, 체코,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도 디지털세를 이미 실시 중이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은 디지털세가 자국 IT기업에게 차별 적용된다면 보복관세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OECD의 디지털세 협상에 불참하기로 올 6월 중순에 결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슈퍼 301조’를 이미 적용하고 있다. 통상갈등은 확대될 분위기다.

 한국 기업들의 주 무대인 아시아국가들의 과세 범위와 제약은 EU보다 더 넓고 높다. 아시아국들의 과세 대상적용 범위는 소프트웨어와 동영상 등을 디지털 서비스 전반을 포함한다. 그래서 한국 기업의 활동에 어려움이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츠 수출 강국이다.

 우리가 디지털세를 채택할 경우 글로벌 시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다수의 게임사 등의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 소비자 대면 기업 등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 또한, 디지털세는 소득세(법인세)가 아닌 매출 세금(간접세)이라 지금 제도로는 외국납부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공제 혜택이 없으면 우리 기업의 추가적인 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공제 혜택을 주면 세수가 줄어든다.

 IT 신기술 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세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이들 산업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재정부담이 심한 각국은 새로운 세원발굴로 잔뜩 눈독 들이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IT 기업이 현지시장에 고정사업장 없이 매출과 수익을 가져가기는 이제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뺏거나 지키려는 국가 간 세수확보에 따른 조세갈등은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는 세수확보 및 관련 기업의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함께 대응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소비재 제조기업의 과세 범위부터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OECD 디지털세의 합의도출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조세제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최민성(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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