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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봄의 기원



어김없이 또 봄이다. 봄. 하늘의 시간으로는 일 년의 시작은 입춘부터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긴 잠에서 깨어나는 입춘이 일 년의 시작인 것이다. 한겨울 잔설과 살얼음이 남아 있는데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얼굴을 내민다. 동토를 뚫고 올라온 노란 복수초와 혹한 속에서도 붉은 꽃을 피어내는 홍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들이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꽃잎을 떨며 땅에 납작 다붙어 피어나는 복수초를 보는 것만으로도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 복수초와 설매화를 시작으로 봄꽃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앞다투어 꽃을 피워댈 것이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마음들을 위로하려는 듯 봄꽃들은 대부분 서둘러 꽃부터 피어낸다. 산수유가 그렇고, 개나리가 그렇고, 진달래가 그렇다. 또 영산홍, 목련, 철쭉도 그렇다. 꽃들은 묵묵히 제 시간을 알고 제 생을 살아낸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심술궂어도, 설령 그 혹한에 다시 얼어붙을지라도 꽃은 움츠리지 않고 제 시간을 살아낸다. 자연에 순응하는 그 의지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인간들보다도 더 위대하고 정직하기만 하다.

하지만 올해는 봄을 맞는 마음이 편치 않다. 신 냉전주의로 빠져들고 있는 지구촌의 사정이 마냥 봄을 노래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게다가 여러 가지 불협화음들이 자꾸만 마음과 귀를 어지럽힌다. 젠더의 갈등과 세대 갈등,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진영 갈등, 온갖 갈등들이 연일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갈등들을 틈타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은 마음을 더욱 강퍅하게 만들고, 어떻게든 상대를 흠집 내기 위해 더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놓는다. 이 봄에. 이 화사한 봄에. 겨우내 숨죽여 있던 생명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는 이 시기에 우리는 탄식과 분노로 이 생명의 계절을 분탕질하고 있는 중이다. 내부의 갈등으로 소중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의 멸망은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내부의 갈등 때문에 무너졌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분오열, 사생결단으로 싸운다면 그 결과는 공멸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청산되어야 할 잘못된 관행이라면 이 참에 다 털고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보다 더 성숙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이기심은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가 살길이니까.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난마처럼 얽히고 설켜 있는 문제들을 차분히 풀어나가 보자. 이 봄에,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그렇게. 은미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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